공지사항 법무부 출생통보제 입법에 대한 뿌리의집 의견서 2021-08-11

 

출생통보제 입법에 대한 뿌리의집 의견서

 

뿌리의집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생통보제 입법에 대하여 적극 찬성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뿌리의집은 2003년부터 해외입양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이다.

뿌리의집은 2008년부터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운동을 시작했고 2011년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라는 결실을 보았다. 이 개정 운동의 핵심 사안은 가정법원에 의한 입양 판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해외입양 제도는 아동이 출생의 진실에 기초한 입양인의 정체성 구축을 불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해외입양인의 신원에 관한 기록이 종종 위조되거나, 부분적으로 조작되거나, 멸실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신원과 교체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입양실천의 과정에서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의 존재의 진실에 접근하는 알권리를 훼손당하고 있고, 현재도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일은 국내입양인(아동)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민간 입양기관들이 보건복지부에 보고했고, 그래서 국가통계에 드러나 있는 국내입양이 약 7만 건이 있었는데, 이 국내입양 아동의 99.8%가 입양가정의 친생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경악할 사태를 인지하게 되었다. 국가의 사회복지 실천 시스템 자체가 출생의 진실에 대한 알권리를 훼손하는 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뿌리의집이 입양 절차에서 가정법원의 판결이 불가결성을 주장했던 것은, 가정법원이 입양 판결을 하고자 할 때, 입양 판결 과정에 진입한 아동의 출생의 진실을 담보하는 인간존재증명이 없이는 판결 자체가 시작될 수 없으리라는 믿음에서였다. 결국 2012년 8월 5일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그 때부터 입양 판결의 경로에 오르는 아동들은, 해외입양아동이든 국내입양아동이든, 출생의 진실이 담보된 국가의 공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뿌리의집은 이 입양특례법 개정 운동의 과정에서, 제도적 층위에서 이와 같은 인권훼손을 가능하게 한 토대에는 부모에 의한 자의적 출생신고제도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한 이는 단순히 입양이라는 특정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아동의 일생의 삶을 관통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의 인권을 합당하게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출생신고제가 지니고있는 근원적 흠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뿌리의집은 2010년 입양인들과 관련 시민단체의 리더들과 함께, 당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 봉직하고 있었던 성균관대학교의 이양희 교수를 방문하고, 한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 제 7조를 해외입양과 국내입양의 입양 실천에서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와, 입양의 영역을 넘어서는 삶의 현실 안에서 출생신고제의 미비로 아동(사람)들이 겪고 있는 인권 훼손적 사태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고, 나아가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이 대화의 결론으로 입양인 대표단이 제네바를 방문하고, 한국의 출생신고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이 숙지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사항(유엔아동권리협약 제 3․ 4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으로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하게 되었다. 

C. 시민권과 자유 (협약 7, 8, 13-17, 19, 37(a) 조) - 출생신고 

37. 협약 7조에 따라,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출생신고에 아동의 친부모가 정확히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촉구한다. ”

지난 10여 년 동안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입법을 위해서 활동을 해왔다. 출생통보제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에 이르는 하나의 징검다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출생통보제의 입법이 머지않은 장래에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입법에 소중한 디딤돌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아동은 우리사회에 출현할 때 어떤 가정의 자녀로만 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도착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는 아동이 태어나는 즉시 성명권과 국적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가 그 아동들에게 출생등록을 해주어야 할 의무, 국적과 시민권을 부여해 주어야 할 의무를 말하고 있다. 한국은 보편적 출생등록제가 아니라 부모의 자의에 의한 출생신고법제를 가지고 있다. 출생의 진실에 기초한 출생등록에 관한 의무를 사사로운 개인에 다름이 아닌 부모에게 지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출생등록을 통해 아동(사람)의 신분을 특정해서 보장해줘야 할 의무는 국가에게 있다. 

해외입양 70년의 역사와 2012년 8월 5일 입양특례법이 개정되어 가정법원의 입양판결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해외입양인들과 국내입양인들에게 출생등록의 문제는 사인에 불과한 부모들의 책무였을 뿐이고, 그 책무를 수행하기를 꺼려하는 부모들 역시 없지 않았다. 이런 제도의 부실로 인해 요보호아동들은, 특히 입양의 경로에 오른 아동들은 출생의 진실이 담보된 인간 존재 증명서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다양한 경로에서 문서들은 멸실되거나 위조 혹은 조작, 혹은 바꿔치기 되었고, 국가의 공공적 시스템에 의해서 고아로 둔갑하게 되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부재는 한 두 사람이 개인적인 층위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부실을 발생시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2012년 8월 5일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기 이전 해외입양제도와 국내입양제도의 구성적 층위에서 결정적이고 심각한 제도적 부작위의 토대가 되었다. 이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행한 책임의 유기이자 해태였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시민에 대한 인권침해에 다름 아니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은 그런 점에서 단순히 사사로운 개인들의 일탈을 방지하는 일일 뿐 아니라, 심지어 과거의 입양 제도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제도적 설계에 있어서 일탈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근원적 입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021년, 매우 늦었고 또 미흡하지만,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입법에 있어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출생통보제의 조속한 법제화를 촉구하며, 이 땅에 태어나는 모든 아동(사람)의 인권을 충분하고 올바르게 보호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2년 8월 11일

사단법인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